횡설수설

카테고리 없음 | 2014. 4. 10. 05:30
Posted by hyun현

트랜스젠더 메모리얼 떄 뭔가 얘기하고 싶다에, 지금 갑갑한 맘을 풀고 싶다는 마음에, 그냥 되는대로 막 쓰고 싶다는 맘에 써내려갔더니.. 어둡고 용두사미에 포인트가 없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한 쪽으로 극단적으로 쓴거 같아 이것도 뭐 본심의 일부이긴 하니까.. ㅠ 하지만 이런 게 싸지른 글이 되는 거 아닌가 ㅠ 니 제목은 횡설수설이다.

나중에 고쳐 써야겠다.

아.. 알겠다.. 이거 역시 내 내공의 부족의 소산이군. 욱하는 맘에 써내려 갔다가 아차 하면서 좋은 말로 마무리 하려고 노력한 흐름..이다 ㅠㅠㅠ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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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이 공간에서 트랜스젠더로서의 나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것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알았던 떄든 몰랐던 때든, 내가 트랜스젠더임을 인식하는 그 어느 즈음부터 나 스스로가 나의 인식과 나의 몸을 상대로 싸웁니다. 부정과 긍정을 반복하며. 그것은 수술을 하였든 안 하였든, 신분증의 성별이 바뀌었든 아니었든, 강약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과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평생 함께합니다. 수술을 하여도, 생물학적인 남성과는 다른 몸과 다른 과거가 있으며, 이 사실은 어찌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내 존재가 나로부터 부정당하였다는 사실에 좌절하지 않는 것이 트랜스젠더로서 나의 싸움입니다.

남성으로 몸이 변화하고 남성으로 사회생활을 한 지 7년 가까이 됩니다. 이제는 다양한 성별 스펙트럼에서 100%남성과 100%여성만이 존재한다는 '상식'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 '상식'이라는 것을 비웃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지금에도, 마음 한 켠에는 분명 다수의 남성이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하였다는 것에 대한 좌절이 존재합니다. 물론 다수의 남성이 가지지 못한 몸과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온전히 즐거움으로 바꾸어질 날이 평생동안 올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가 내 존재 자체와 갈등해야만 하는 길을 걷는 다는 것이 트랜스젠더로서 나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아닌 주변 역시 싸움터가 됩니다. 주변의 관계들. 태어나면서 아무 인간과 접촉하지 않고 아무와도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은 없습니다. 그 하나하나의 관계들을 다시 써내려가야 합니다. 내 성별을, 내 존재를 주변의 사람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나가거나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아무리 전해도 망각하거나, 부정하거나, 혹은 폭언과 폭력으로 억누르고 지우려는 사람들과도 마주쳐야 합니다. 남성으로서 7년, 성별정정하고 1년, 아직까지도 나를 알리는=보여주는 작업은 계속됩니다. 게다가 언제 끝날지 모르게, 한 사람 한 사람 거쳐가야 하는 데 지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그리고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는 여자로 살았다는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없어지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람들과 관계를 끊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 트랜스젠더로서 나의 싸움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와 제도가 트랜스젠더를 부정하는 공간에서 저는 살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라고 사형을 당하는 것도 감시당하는 곳도 아닙니다. 물론 성별정정을 담보로 생식능력을 강탈당해야 하고 때로는 원치않는 수술을 해야 하기도 하지요. 그 외에는 뭐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대신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반대로 모든 것이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오고가는 인사말에서부터, 학교와 직장에서, 화장실과 병원에서, 편의점과 술집에서, 때로는 존재하지 않고 존재해서는 않되는 사람이 됩니다. 남성으로 패싱이 되어도 신분증은 꺼내지 못하고, 신분증을 당당히 꺼낼 수 있게 된다고 해도 병원을 어디나 다 걱정없이 갈 수는 없습니다. 성별정정이 되었다고 해도 보험은 오히려 들기 힘들어지고, 초본을 떼면서 걱정을 해야 하고, 군대이야기에 긴장해야 하고, 소변기만 있는 술집에 당황해야 하며, 직장에 동창생이라도 있으면 노심초사해야 합니다. 그런 환경에서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것이 트랜스젠더로서 나의 싸움입니다.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은 발디디고 서 있을 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 존재부정과 싸워야 하는 상대는 나 자신, 나와 관계 맺은 주변사람, 내가 속한 사회환경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엮여서 한 번에 쏟아져 내릴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트랜스젠더인 나는 살기 위해서 강해져야 합니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마음이 강해지지 못하면, 스스로 삶을 끊을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합니다. 먼저 간 이들을 슬퍼하고, 그래도 거기까지 잘 살아주었다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삶이 얼마나 트랜스젠더인 나를 옥죄는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운의 총량은 같습니다. 삶은 불행만으로 가득 차 있지 않습니다. 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행과 불행은 필시 같은 비중입니다. 지금까지의 삶 안에서 불행을 더 많이 봤다면, 보지 못한 행은 그만큼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사회는 분명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경험상의 이야기 입니다. 앞서 나열한 좌절과 싸움과 함께 기쁨과 안락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살기를 바랍니다.

트랜스젠더는 누구나 칭찬받고 격려받아야 합니다. 지금 이 땅에 살아서 서 있기 때문에 대견한 것이고, 지금이 땅에 없다면 이 땅에 머물었더 그 순간까지 살아 있었기 떄문에 대견한 것입니다.

그래서 트랜스젠더 메모리얼 데이는, 먼저 간 사람에 대해서도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모두 다에게, 걸어 온 삶의 궤적들 하나 하나에 격려를 보내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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