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4

카테고리 없음 | 2014. 1. 14. 11:17
Posted by hyun현

직장을 그만두고 학위논문에 돌입하려고 한다. 일부 주변의 만류와, 좋은 직장을 버리고 안정을 버리는 데 대한 불안을 뒤로 하고 퇴직 준비를 하고 있다. 현실 도피를 하는 것인지, 현재를 충실히 살기 위한 것인지, 그것은 미래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고 둘 중 무엇이었는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하기 나름일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왜 사는가. 10대 때 나를 괴롭히던 질문이 다른 색깔과 다른 느낌으로 다시 다가온다. 문득, 가까이에 형부부를 포함하여 주변에 아이를 가지거나 낳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씁쓸함과 부러움과 분노와 질투가 엄습하는 요즘이기에 이런 질문들이 다시 떠오른 것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내 유전자의 편린들을 남길 자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주는 박탈감. 어디 서양의 어느 국가에서 태어났으면, 한국땅의 인식이 조금 더 나아간 미래에 태어났으면, 혹은 좀 더 평범한 남자나 여자로 태어났으면, 혹은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겪지 않을 상황이었고, 그래서 가지지 않을 박탈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선택 아닌 선택으로 내 손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어찌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건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길을 왜 자꾸 버리는가. 왜 난 굳이 그렇게 하는가....

불현듯 깨쳐진 하나의 욕구가 강렬하게 스쳐지나갔다. - "남기고 싶다"  

죽기 전에 살았음을 남기고 싶다. 작은 지구 땅의 수백억명의 수백억년 속에 하나일지라도, 그래도 내가 살았음을 남기고 싶다. 자손을 남기지는 못한다면, 기억을 남기고 싶다.

세상을 뜬 전애인과 같이, 마지막 눈감을 때 나 역시 혼자 눈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한다. 자식을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현실로 자각하는 요즘 종종 떠오르는 것이다. 죽음을 향한 짧은 이 시간동안 후회없이 살고 싶다.

그래서 현재를 사는 것이다. 과거에 얽메이지 않고, 미래에 불안해하지 않고, 지금 현재를 가지려는 것이다. 

 

 

 
블로그 이미지

hyun현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
TG와 법 (0)
TG와 만화 (0)
잡다한 일상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