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가족의 지지

카테고리 없음 | 2013. 7. 30. 19:21
Posted by hyun현

주말에 청소년 대상 티지 강의에 반갑게도 아이와 함께 아이의 부모님이 와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부모가 자녀가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알아보고 같이 의료적 조치와 수술들을 준비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로써 통산 네번째이다.

그만큼 아직 아주 소수, 드문 경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단 한 가족이라도 느는 것은 큰 희망이다. 가족의 심리적, 경제적 지지가 있을 때에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정말 많은 짐을 나눠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강의를 찾아내고 나에게 연락이 닿는다는 것은 그만큼 부모가 적극적으로 모든 가능한 것들을 뒤졌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그래서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한국 트랜스젠더의 인권 자체에 대한 향상을 바라고 있다는 점은, 나아가 앞으로 티지 운동에 커다란 힘이다. 특히 트랜지션, 법적 성별정정을 비롯하여 촘촘하게 기다리고 있는 많은 허들들을 거쳐야 할 때, 한국 사회에서는 유교적 뿌리 안에서 가족관계를 (서구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중요한 잣대로 들이대는 편이기 때문에 부모의 지지가 있는 트랜스젠더가 있다는 사실은 정서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운동의 힘이 된다.

벌써 7여년 전 쯤 처음으로 트랜스젠더임을 고백하는 아이와 함께 그 부모님을 만났다. 그 때부터 트랜지션의 과정을 밟아오면서 이제는 신체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주변환경으로부터도,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평온한 안정과 행복을 누리고 있는 아이와 그 부모님들이다. 그 부모님을 소개시켜드렸다. 처음으로 보았던 그 전 부모님의 아이와 이 아이의 처음 모습이 참 비슷했다.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얼굴도 들지 못하고 구부정하게 쪼그라들어 있는 모습. 아마 나도 한 때 그 모습과 비슷했었으리라.

두 분 부모님들이 앉아서 함께 고통과 고민을 나누고 앞서 거친 사람으로서 여러가지를 이야기 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고 힘이 차올랐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늘어나고, 또 그 안에서 함께 티지의 가족으로서 목소리를 내주실 분들이 늘어나는 것에 또 한 발자국 나아간 느낌이 든다.

10월 6일에 티지 가족들 워크샵을 KSCRC 조각보에서 준비 중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부모 형제들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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